역사의 한 페이지 속 사람들
1987은 2017년 개봉한 장준환 감독의 드라마 영화로, 1987년 6월 항쟁을 배경으로 한 실화 기반 이야기다. 김윤석이 고문 경찰 박처원으로, 하정우가 진실을 파헤치는 검사 최환으로 출연하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 배우들이 민주화 운동의 군중을 연기한다. 1980년대 서울과 부산을 재현한 화면은 당시의 긴장과 혼란을 생생히 담아낸다. 장준환의 치밀한 연출은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희생과 저항으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그날의 뜨거운 함성을 들려준다. 이 영화는 과거를 되새기며 현재의 민주주의를 돌아보게 한다.
1987 줄거리
1987은 1987년 1월 14일, 서울대생 박종철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한 그는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터무니없는 발표로 덮인다.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 박처원(김윤석)은 부하들에게 시신을 화장하라고 지시하지만, 최환(하정우) 검사는 부검을 강행해 물고문 흔적을 발견한다. 박처원은 사건을 은폐하려 하지만, 최환은 동료 검사(이희준)와 함께 진실을 파고든다.
한편, 동아일보 기자 윤상삼(이희준)은 박종철의 죽음을 취재하다 경찰의 방해를 받고, 진실을 알리려 애쓴다. 부산의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조카 연희(김태리)를 통해 박종철 사건을 접하고, 수감된 민주화 운동가 이한열(강동원)의 편지를 외부로 전달한다. 연희는 대학생으로, 시위 현장에서 이한열과 만나 그의 열정을 공유한다. 최환은 박처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고문 사실을 언론에 폭로하고, 윤상삼은 이를 기사화한다. 그러나 박처원은 최환을 해임시키고, 사건은 다시 묻힐 위기에 처한다.
6월로 접어들며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이한열은 시위 도중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쓰러지고, 연희는 그의 죽음을 목도한다. 한병용은 이한열의 죽음을 알리며 시민들의 분노를 조직한다. 윤상삼은 동료 기자들과 함께 군사정권의 만행을 보도하고, 최환은 복직 후 박처원을 법정에 세우려 한다. 박처원은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지만,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호헌 철폐’를 외친다. 6월 29일, 군사정권은 국민회의를 철회하고 직선제를 약속한다.
영화는 박종철과 이한열의 장례식 장면으로 끝난다. 연희는 눈물 속에서 민주주의의 새 시작을 느끼고, 최환과 한병용은 조용히 그들을 추모한다. 1987은 한 사람의 죽음이 수많은 이의 외침으로 이어진 순간을 그린다.
영화 의미와 평가
1987은 박종철과 이한열의 죽음을 통해 한국 민주화의 전환점을 조명한다. 영화는 개인의 희생이 어떻게 집단의 저항으로 확장되는지 보여주며, 민주주의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사람들의 피와 눈물로 쌓인 결과임을 강조한다. 경찰과 검사, 기자, 교도관, 학생이 얽히며, 각자의 자리에서 진실을 위한 선택을 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이는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장준환의 연출은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를 균형 있게 엮는다. 긴박한 수사와 시위 장면은 긴장감을 주고, 캐릭터들의 감정은 깊이를 더한다. 김윤석의 냉혹함과 하정우의 정의감은 대립을 극대화하며, 김태리와 유해진의 따뜻함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탠다. 1980년대 분위기를 재현한 세트와 의상은 몰입감을 높인다.
영화는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고, 로튼 토마토 100% 평점을 기록했다. 2018년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김윤석) 등 다수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987은 역사적 무게와 감동을 동시에 담아내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감독과 배우
장준환은 1987로 실화 기반 드라마에 도전하며, 영화 지구를 지켜라와 화이에서 보여준 연출력을 확장했다. 그는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이야기로 풀어내, 긴장과 감동을 조화롭게 담았다. 그의 치밀한 구성은 관객을 1987년으로 데려가 당시의 분노와 희망을 느끼게 한다.
김윤석(박처원)은 냉혹한 권력자의 이중성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차가운 눈빛과 억눌린 감정으로 박처원의 갈등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악역 이상의 깊이를 준다. 하정우(최환)는 정의를 향한 집념 인간적인 고민을 담담히 연기하며,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두 배우의 대립은 장준환의 연출과 맞물려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