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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 (Heat, 1995) - 강렬한 대결의 서사시

by My better life 2025. 3. 28.

범죄와 정의의 경계

히트는 1995년 개봉한 마이클 만(Michael Mann) 감독의 범죄 드라마로,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가 처음으로 같은 화면에서 대면한 역사적인 작품이다. 두 배우는 대부 2에서 함께 출연했지만, 서로 다른 시간대를 연기하며 맞붙지 않았기에, 히트는 그들의 첫 직접 대결로 기억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스릴러를 넘어, 범죄자와 수사관의 삶을 깊이 파헤치는 심리적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로버트 드 니로는 냉철한 프로 강도 닐 맥컬리를, 알 파치노는 그를 집요하게 쫓는 형사 빈센트 한나를 연기하며, 두 배우의 강렬한 카리스마가 영화의 중심을 이룬다. 마이클 만 특유의 세련된 연출과 숨 막히는 총격전은 히트를 90년대 최고의 범죄 영화 중 하나로 만들었다. 로스앤젤레스의 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대결은 단순한 선악의 싸움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두 남자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다.

 

히트 포스터

히트 줄거리

히트는 로스앤젤레스를 무대로 한 범죄와 법 집행의 세계를 그린다. 영화는 닐 맥컬리(로버트 드 니로)가 이끄는 프로 강도단이 장갑차를 습격하며 시작된다. 닐은 철저한 계획과 냉정한 판단으로 팀을 통제하는 리더다. 그의 동료로는 크리스 시헬리스(발 킬머), 마이클 체리토(톰 시즈모어), 그리고 새로 합류한 웨잉그로(케빈 게이지)가 있다. 하지만 웨잉그로의 실수로 강도 과정에서 경비원이 살해되고, 이는 LAPD의 강력반 형사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의 레이더에 걸린다. 빈센트는 치밀한 수사로 단서를 좇으며 닐의 존재를 감지한다.

 

닐은 범죄 세계에서 “30초 안에 떠날 수 없는 것에 연연하지 말라”는 철칙을 지키며 살아왔다. 그는 감정을 억제하고, 오직 다음 큰 한탕을 노린다. 그러나 미술상 이디(에이미 브레너먼)와의 만남은 그의 원칙을 흔든다. 한편, 빈센트는 닐을 잡으려는 집념 속에서 가정생활이 무너져간다. 그의 아내 저스틴(다이앤 베노라)은 외도를 하고, 의붓딸 로렌(나탈리 포트먼)은 정서적으로 방황한다. 두 남자는 각자의 삶에서 고립되어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닐의 팀은 은행털이 대상을 물색하며 준비를 이어간다. 빈센트는 도청과 추적으로 그들의 계획을 알아채고, 닐과 그의 팀을 감시한다. 어느 날, 닐은 빈센트의 추적을 눈치채고 차를 세운다. 놀랍게도 빈센트는 그를 체포하지 않고 커피를 제안한다. 식당에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마주 앉는다. 닐은 자신의 범죄 철학을, 빈센트는 형사로서의 숙명을 고백한다. “난 다른 일을 할 줄 몰라,” 빈센트가 말하자, 닐도 “나도 마찬가지야”라고 답한다. 그들은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면서도, 상대의 삶을 거울처럼 들여다본다. 이 장면은 영화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이후의 비극을 예고한다.

 

닐은 은행털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려 한다. 그는 이디와 함께 뉴질랜드로 떠날 꿈을 꾼다. 그러나 빈센트의 압박과 팀 내부의 갈등이 계획을 위협한다. 크리스는 아내 샤를린(애슐리 저드)과의 불화로 흔들리고, 웨잉그로는 팀을 배신한 대가로 닐에게 살해당한다. 결국, 닐은 팀과 함께 은행을 습격한다. 이 장면은 히트의 백미로,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이 숨 막히게 펼쳐진다. 강도단은 돈을 챙기지만, 빈센트와 경찰이 즉시 대응하며 혼란이 이어진다. 치밀했던 계획은 산산이 부서지고, 마이클은 사망하고, 크리스는 부상당한 채 도망친다. 닐은 가까스로 빠져나오지만, 빈센트의 추격은 멈추지 않는다.

 

닐은 이디와 함께 공항으로 향한다. 그러나 웨잉그로를 처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복수심이 그를 뒤흔든다. 그는 이디를 차에 남기고 웨잉그로의 은신처로 간다. 복수를 마친 순간, 빈센트가 나타난다. 공항 근처 활주로에서 두 사람은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 어둠 속에서 총성이 울리고, 닐은 빈센트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죽어가는 닐은 빈센트에게 손을 내밀고, 빈센트는 그의 손을 잡는다. “좋은 싸움이었어,”라는 듯한 침묵 속에서 닐은 숨을 거둔다. 빈센트는 그의 시체 옆에 서서 도시의 불빛을 바라본다. 영화는 두 남자의 운명이 얽힌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

영화 의미와 평가 

히트는 범죄 영화의 틀을 넘어 인간의 고독과 선택을 탐구한다. 닐과 빈센트는 서로 다른 길을 걷지만, 삶의 본질에서 닮아 있다. 로버트 드 니로의 침착한 연기는 닐의 내적 갈등을, 알 파치노의 격정적인 연기는 빈센트의 혼란을 생생히 보여준다. 마이클 만은 이 대립을 로스앤젤레스의 광활한 풍경 속에 녹여내며, 도시 자체를 또 하나의 캐릭터로 만든다.

 

영화는 개봉 당시 전 세계적으로 1억 8700만 달러 이상을 벌며 흥행에 성공했다. 로튼 토마토에서 83%의 평점을 기록하며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고, “마이클 만의 장르 숙련도를 증명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특히 은행털이 총격전은 이후 다크 나이트 같은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만큼 상징적이다. 일부는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과 느린 전개를 비판했지만 그럼에도 히트는 두 배우의 케미와 강렬한 액션으로 범죄 영화의 걸작으로 남았다. 이 작품은 단순한 추격전이 아닌, 삶의 의미를 묻는 깊은 울림을 준다.

히트 스틸컷

감독과 배우

마이클 만은 히트로 범죄 드라마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그는 실감 나는 총격전과 도시의 분위기를 통해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며, 캐릭터의 내면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로버트 드 니로(닐 맥컬리)는 차가운 표정 뒤에 감정을 숨긴 강도를 연기하며, 그의 침착함은 닐의 비극적 결말에 무게를 더한다. 알 파치노(빈센트 한나)는 격정적인 에너지로 형사의 집념을 표현하며, 혼란 속에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는다. 발 킬머(크리스 시헬리스)는 닐의 충직한 동료로, 억제된 감정을 통해 갈등을 보여준다. 에이미 브레너먼(이디)은 닐에게 따뜻함을 주는 조연으로, 부드러운 연기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