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된 자가 자유를 쟁취하려면 어떤 희생이 따르는가
화이트 타이거는 인도의 어두운 골목과 화려한 고층 빌딩 사이를 오간다. 가난한 마을 출신의 운전수가 부자와의 만남을 통해 계층의 사슬을 끊고 올라선다. 이 이야기는 인도의 카스트와 빈부격차를 날카롭게 파헤치며,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잔혹한 선택을 탐구한다. 라민 바흐라니 감독이 아라빈드 아디가의 2008년 부커상 수상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냉소적 유머와 긴장감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발람의 순진한 미소와 점차 드러나는 야망은 단순한 성공담을 넘어선다. 그의 여정은 억압된 자의 분노를 대변하며, 정의와 도덕이 과연 무엇인지 되묻는다.
화이트 타이거 줄거리
화이트 타이거는 2021년 개봉한 드라마로, 라민 바흐라니가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 이야기는 2010년, 성공한 사업가 발람 할와이(아다르시 고라브)가 중국 총리 원자바오에게 편지를 쓰며 시작된다. 그는 자신의 삶을 회상하며, 가난에서 벗어나 부를 쌓은 과정을 털어놓는다. 발람은 인도 북부 락스만가르 마을에서 태어났다. 과자 만드는 카스트 출신으로, 어린 시절 학업에 재능을 보였지만, 할머니의 강요로 학교를 떠나 차 가게에서 일한다. 아버지는 결핵으로 사망하고, 가족은 지역 지주 ‘황새’(마헤시 만즈레카르)에게 빚을 진다. 발람은 이런 삶을 벗어나고자 황새의 미국 유학파 아들 아쇼크(라즈쿠마르 라오)의 운전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발람은 운전을 배우고, 영리한 처세술로 아쇼크와 그의 아내 핀키(프리얀카 초프라 조나스)의 운전수 자리를 얻는다. 이들은 델리로 이사하며 발람을 데려가고, 그에게 집안일을 맡긴다. 그의 숙소는 집 밑의 칙칙한 창고로, 하인 취급이 이어진다. 발람은 충성심을 보여 그들의 신뢰를 얻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어느 날 밤, 술에 취한 핀키가 운전하던 차로 아이를 치고 도망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쇼크와 가족은 발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하고, 그는 자신이 닭장 속 닭처럼 갇힌 존재임을 깨닫는다. “우리는 주인을 미워하며 사랑하는 척하나, 사랑하며 미워하는 척하나?” 그는 자문한다.
이 사건은 발람을 뒤흔든다. 그는 더 이상 순종하지 않기로 한다. 아쇼크가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려 70만 루피를 준비하자, 발람은 그를 유인해 위스키 병으로 살해하고 돈을 훔친다. 조카를 데리고 방갈로르로 도망친 그는 경찰에 뇌물을 주고 택시 회사를 차린다. 사업은 번창하고, 발람은 부자가 된다. 그는 운전사들을 하인이 아닌 직원으로 대하며, 사고가 나면 책임을 진다. 그러나 황새의 복수로 가족이 살해됐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돌아가지 않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발람이 아쇼크를 죽이는 순간이다. 피 묻은 손으로 돈을 쥔 그는 자유를 얻었지만, 눈빛엔 공허함이 스친다.
영화는 발람이 편지를 마무리하며 끝난다. 그는 자신이 ‘화이트 타이거’, 즉 세기마다 한 번 태어나는 희귀한 존재라 자부한다. 그러나 그의 성공은 도덕적 타협과 피로 얼룩졌다. 화이트 타이거는 밝은 화면 뒤에 어두운 현실을 숨기며, 발람의 승리가 과연 승리인지 의문을 남긴다.
영화 의미와 평가
화이트 타이거는 계층과 도덕의 딜레마를 탐구한다. 제목은 발람의 야망과 희귀성을 상징하지만, 그가 벗어난 닭장이 또 다른 감옥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영화는 인도의 빈부격차와 카스트 제도를 비판하며, 부의 대가가 무엇인지 묻는다. 발람은 억압에서 벗어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성을 잃는다. 아쇼크와 핀키의 위선은 부자도 시스템의 일부임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기생충이나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비교되지만, 낙관적 결말 대신 냉소적 시각으로 차별화된다. 기생충은 계층 갈등에 복합적인 유머를 섞고, 슬럼독은 운명적 희망으로 끝나지만, 화이트 타이거는 도덕적 회색지대와 공허한 승리를 남긴다.
바흐라니는 어두운 유머와 현실적 연출로 이야기를 이끈다. 2021년 넷플릭스 공개 후 2700만 가구가 시청했고, 로튼 토마토 91%를 기록했다.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에 올랐으며, 고라브의 연기는 호평받았다. 평단은 사회 비판과 촬영을 칭찬했으며, 관객은 발람의 모호한 도덕성에 끌렸고, 인도의 적나라한 묘사에 충격받았다. 화이트 타이거는 불편한 진실을 던지며, 성공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감독과 배우
라민 바흐라니는 화이트 타이거로 빈곤과 생존의 주제를 확장한다. 그는 인도의 혼란을 생생히 담아내며, 유머와 비극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아다르시 고라브는 발람으로 순진함과 교활함을 오가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의 표정은 캐릭터의 갈등을 완성한다. 라즈쿠마르 라오는 아쇼크로 위선과 나약함을 섬세히 연기하고, 프리얀카 초프라 조나스는 핀키로 자유분방함과 죄책감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