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속 얽힌 감정
헤어질 결심은 2022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로맨스 스릴러 영화로, 의심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박해일이 형사 장해준으로, 탕웨이가 미스터리한 용의자 서래로 출연하며, 부산과 이포의 안개 낀 풍경을 배경으로 감정의 미로를 탐구한다. 박찬욱 특유의 치밀한 연출은 미스터리와 멜로드라마를 엮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사랑인지 집착인지 모호한 관계와 섬세한 감정선은 관객을 혼란과 매혹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수사를 넘어 인간의 마음을 해부하는 예술로 평가받는다.
헤어질 결심 줄거리
헤어질 결심은 부산의 밤거리에서 시작한다. 장해준(박해일)은 성실한 형사로, 불면증에 시달리며 아내 정안과 주말 부부 생활을 한다. 어느 날, 산악인 기도수가 절벽에서 추락사하고, 해준은 사건을 맡는다. 기도수의 아내 서래(탕웨이)는 중국 출신 이민자로, 남편의 죽음에 담담하다. 해준은 서래를 조사하며 그녀의 차분한 태도와 모호한 말투에 의심을 품는다. 서래는 남편이 자신을 학대했다고 진술하지만, 증거가 부족하다. 해준은 서래의 집을 감시하고, 그녀의 일상을 관찰하며 점점 끌린다. 서래도 해준의 시선을 느끼며, 두 사람은 긴장 속에서 가까워진다.
해준은 서래의 스마트폰 번역 앱으로 그녀의 감정을 엿보고, 서래는 해준에게 중국어로 속삭이며 그를 유혹한다. 어느 밤, 해준은 서래를 산으로 데려가 기도수의 죽음을 재연한다. 서래는 남편이 자신을 밀었다고 주장하며 눈물을 흘리지만, 해준은 그 말이 진실인지 의심한다. 그녀를 위로하며 사건은 자살로 종결되지만, 해준은 서래를 잊지 못한다. 그는 아내와의 관계가 멀어지고, 서래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서래는 “난 당신을 망가뜨릴 거예요”라며 미소 짓고, 두 사람은 키스를 나눈다. 그러나 해준은 형사로서의 원칙을 지키려 애쓰며, 결국 서래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아내와 이포로 이사한다.
1년 후, 해준은 이포에서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서래가 새 남편 임호신과 함께 이포에 나타난다. 곧 임호신이 바다에서 익사하고, 해준은 또다시 서래를 조사한다. 서래는 임호신이 자신을 협박했다고 주장하지만, 해준은 그녀의 거짓을 의심한다. 그는 서래의 집에서 기도수 사건의 증거 조작 흔적을 발견하고, 그녀가 첫 남편을 죽였다고 확신한다. 서래는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당신을 사랑해서 떠났다”며 과거의 진심을 고백한다. 해준은 그녀를 체포하려 하지만, 사랑과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며 망설인다.
서래는 해준이 자신을 체포하면 형사로서의 삶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갈등을 눈치챈다. 그녀는 해준을 이 고통에서 해방시키려는 듯, 이포 해변으로 가서 모래에 깊은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눕는다. 그리고 밀물이 차오르며 자신을 삼키게 둔다. 이는 해준이 그녀를 체포하거나 사랑을 선택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그녀만의 구원 방식이다. 해준이 해변에 도착했을 때, 서래는 이미 파도에 사라진 후다. 그는 서래가 남긴 스마트폰에서 “당신을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보고 오열한다. 영화는 안개 낀 바다와 해준의 텅 빈 표정으로 끝난다. 사랑과 의심, 그리고 이별의 흔적만 남는다.
영화 의미와 평가
헤어질 결심은 사랑과 의심이 얽힌 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한다. 해준과 서래는 서로를 파괴하면서도 구원하려는 모순된 감정을 나눈다. 영화는 범죄 수사의 틀을 빌려 인간의 마음을 해부하며, 사랑이 집착인지 운명인지 모호하게 남긴다. 부산과 이포의 안개는 두 사람의 불확실한 감정을 상징하고, 그 끝에 놓인 이별은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답다.
박찬욱의 연출은 시각과 감정의 조화를 이룬다. 박해일의 절제된 연기와 탕웨이의 신비로운 매력은 캐릭터의 깊이를 살린다. 러닝타임 138분은 느리게 흐르며, 결말의 모호함이 일부 관객에게 아쉬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의도된 여백으로, 해석의 여지를 준다.
영화는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고, 로튼 토마토 94% 평점을 받았다. 한국에서 19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고, 2022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며, 로맨스와 스릴러 팬 모두를 매료시켰다.

감독과 배우
박찬욱은 헤어질 결심으로 로맨스와 스릴러를 절묘하게 융합하며, 그의 연출 경력에서 한층 성숙한 단계를 보여준다. 그는 올드보이에서 폭력과 복수의 강렬한 서사를, 친절한 금자씨에서 죄와 구원의 감정선을, 박쥐에서 사랑과 욕망의 어두운 변주를, 아가씨에서 속임수와 해방의 드라마를 선보이며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이러한 과거 작품들의 요소를 집약해, 대사보다 시각적 이미지와 세밀한 카메라 워크로 감정을 전달한다. 안개 낀 풍경과 물방울이 맺힌 유리창 같은 장면은 그의 시그니처인 시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며, 치밀한 구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박찬욱의 스타일은 미스터리 속에 숨겨진 사랑을 섬세하게 조명하며, 관객에게 감정의 여운을 남긴다. 헤어질 결심은 그의 전작들과 비교해도 덜 폭력적이지만, 내면의 갈등과 모호한 결말로 더 깊은 울림을 준다.
박해일(장해준)은 담담한 표정과 흔들리는 눈빛으로 해준의 갈등을 표현한다. 형사로서의 냉철함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취약함을 오가며 극을 이끈다. 탕웨이(서래)는 신비로운 미소와 깊은 슬픔으로 서래의 양면성을 완벽히 소화한다. 두 배우의 케미는 박찬욱의 연출과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