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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포스티노 (Il Postino, 1994) - 시가 우정을 배달할 때

by My better life 2025. 3. 26.

시인을 통해 한 우체부의 삶이 바뀔 수 있을까?

 

일 포스티노는 이탈리아의 작은 섬, 푸른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마을에서 시작된다. 시를 모르는 우체부가 망명 온 시인을 만나며 운명이 뒤바뀐다. 이 이야기는 우정과 사랑, 시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여정을 그린다.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이 영화는 잔잔한 감동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한 통의 편지가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묻는다. 시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마음을 여는 열쇠일까? 그리고 그 열쇠는 어디로 우리를 데려갈까?

 

일 포스티노 포스터

일 포스티노 줄거리

일 포스티노는 1994년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로, 마이클 래드포드가 연출하고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원작으로 한다. 이야기는 1950년대 이탈리아 칼라 디소토라는 작은 섬에서 펼쳐진다. 마리오 루폴로(마시모 트로이시)는 어부인 아버지와 함께 살지만, 물고기 잡는 일에 소질이 없다. 그는 늘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에게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다그친다. 어느 날, 칠레의 유명 시인 파블로 네루다(필립 느와레)가 정치적 망명자로 이 섬에 도착한다. 네루다에게 쏟아지는 팬레터로 우체국은 바빠지고, 마리오는 임시 우체부로 고용된다. 그의 유일한 임무는 네루다의 편지를 배달하는 것이다.

 

 

마리오는 처음엔 네루다에게 관심이 없다. 하지만 편지를 건네며 대화를 나누고, 시인의 말에서 묘한 매력을 느낀다.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시란 무엇인지, 은유가 어떻게 감정을 담는지 알려준다. 마리오는 그 말을 곱씹으며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그는 마을 주점에서 일하는 베아트리체(마리아 그라치아 쿠치노타)를 만난다. 그녀의 미소에 반한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사랑을 시로 표현하는 법을 묻는다. 네루다는 웃으며 조언을 주고, 마리오는 어설프지만 진심 어린 시를 써서 베아트리체에게 마음을 전한다. 그녀도 그의 순수함에 끌리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베아트리체의 이모는 마리오를 백수로 여기며 반대한다. 네루다의 도움으로 마리오는 결혼을 허락받고,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섬의 소리를 녹음해 선물하려는 순간이다. 네루다가 칠레로 돌아갈 준비를 하자, 마리오는 감사 인사로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종소리를 녹음한다. 그는 시를 통해 배운 감성을 소리에 담아낸다. 네루다는 감동받았지만, 곧 섬을 떠난다. 몇 년 후, 마리오는 공산주의 집회에서 네루다를 위한 시를 낭독하려 한다. 그는 아들 피타리노를 낳았고, 삶에 새로운 의미를 찾았다. 그러나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의 총격 속에서 마리오는 목숨을 잃는다. 네루다가 다시 섬을 찾았을 때, 베아트리체는 마리오가 죽었다고 전하며 그의 녹음 테이프를 건넨다. 네루다는 해변에서 테이프를 들으며 마리오를 회상한다. 파도 소리와 함께 마리오의 목소리가 울리고, 영화는 조용히 끝난다. 섬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그곳엔 마리오의 빈자리만 남는다.

영화 의미와 평가 

일 포스티노는 시와 우정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린다. 제목은 ‘우편배달부’를 뜻하며, 마리오가 네루다의 편지를 통해 시와 사랑을 배달받는 과정을 상징한다. 네루다는 실존 인물로,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칠레 시인이다. 영화는 그의 망명 시절을 바탕으로, 문맹인 섬 주민과 시인의 만남을 통해 지식과 감성의 교류를 보여준다. 마리오는 시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보고, 사랑과 저항의 의미를 깨닫는다. 네루다와의 우정은 단순한 만남을 넘어, 계급과 배경을 초월한 인간적 연결을 드러낸다.

 

영화는 이탈리아의 정치적 격변과 개인의 희생을 조명한다. 마리오의 죽음은 1950년대 공산주의 탄압을 암시하며, 아름다운 섬과 대비되는 비극을 강조한다. 지중해의 풍경과 루이스 바칼로프의 서정적인 음악은 감동을 배가시킨다. 1994년 개봉 당시 제작비 300만 달러로 2천만 달러 이상을 벌었고, 아카데미 음악상과 함께 5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로튼 토마토 94%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관객은 마리오의 순수함과 네루다의 따뜻함에 공감하며, 시가 주는 여운을 사랑했다. 마시모 트로이시가 촬영 직후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실은 영화에 애잔함을 더한다.

일 포스티노 스틸컷

감독과 배우

마이클 래드포드는 일 포스티노로 섬세한 연출을 선보인다. 그는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마을의 소박함을 배경으로, 마리오와 네루다의 대화를 통해 시의 아름다움을 끌어낸다. 녹음 장면과 해변 회상 신에서 감정을 극대화하며, 잔잔한 서사에 깊이를 더한다.

 

마시모 트로이시는 마리오로 순박함과 열정을 연기한다. 베아트리체를 보며 어쩔 줄 모르는 표정과 시를 읊는 떨리는 목소리는 그의 진심을 보여준다. 필립 느와레는 네루다로 따뜻함과 지혜를 표현한다. 시네마 천국의 알프레도 역으로 익숙한 그는, 마리오를 이끄는 스승으로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