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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The Handmaiden, 2016) - 속임수와 사랑의 뒤얽힌 실타래

by My better life 2025. 3. 30.

욕망과 해방의 게임

아가씨는 2016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스릴러 로맨스 영화로,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속임수와 사랑이 얽힌 이야기를 그린다. 김태리가 고아 출신 하녀 숙희로, 김민희가 부유한 아가씨 히데코로, 하정우가 사기꾼 백작으로 출연한다.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에서 영감을 받아, 박찬욱은 조선의 대저택과 일본식 정원을 무대로 비밀과 배신의 드라마를 펼친다. 그의 화려한 연출은 에로티시즘과 서스펜스를 결합하며, 복잡한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영화는 속고 속이는 게임 속에서 해방과 사랑을 찾는 여성들의 여정을 조명한다.

 

아가씨 포스터

아가씨 줄거리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시작한다. 소매치기 출신 숙희(김태리)는 사기꾼 백작(하정우)의 제안으로 하녀가 된다. 백작의 계획은 부유한 아가씨 히데코(김민희)를 유혹해 결혼한 뒤, 그녀의 재산을 빼앗고 정신병원에 가두는 것이다. 히데코는 외삼촌 고우즈미(조진웅)가 지배하는 대저택에서 책 낭독을 하며 살아간다. 고우즈미는 히데코의 이모를 죽이고, 그녀를 가둬 희귀 서적 수집과 음란 낭독에 이용한다. 숙희는 히데코의 하녀로 들어가 백작의 계획을 돕지만, 히데코의 순수함과 고독에 끌린다.

 

숙희는 히데코에게 백작을 사랑하라며 부추기지만, 두 여자는 점점 가까워진다. 히데코는 숙희에게 낭독을 가르치고, 밤마다 손을 잡으며 서로의 상처를 나눈다. 백작은 히데코를 유혹하며 결혼을 약속받고, 숙희는 질투와 죄책감에 흔들린다. 히데코가 백작과 도망치기로 하자, 숙희는 계획을 망설이지만 결국 동참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반전된다. 히데코는 백작과 숙희를 속이고 있었다. 그녀는 숙희와 짜고 백작을 속여 재산을 지키고 자유를 얻으려 했다. 히데코는 숙희에게 자신의 비밀—외삼촌의 학대와 억압—을 털어놓고, 함께 도망칠 계획을 세운다.

 

히데코와 숙희는 백작을 속여 결혼 서류를 조작하고, 히데코 대신 숙희가 정신병원에 갇히는 척한다. 숙희는 병원에서 탈출하고, 히데코는 백작과 일본으로 떠난다. 그러나 히데코는 백작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숙희와 재회한다. 두 사람은 재산을 챙겨 상하이로 도망친다. 한편, 백작은 고우즈미에게 붙잡혀 고문당한다. 고우즈미는 백작이 히데코를 속였다고 믿고, 그를 잔혹하게 처단한다. 백작은 고문 끝에 죽고, 고우즈미는 히데코의 배신을 깨닫지 못한다.

 

영화는 상하이의 밤거리에서 끝난다. 숙희와 히데코는 호텔 방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사랑을 나눈다. 그들은 속임수와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한다. 은빛 종소리가 울리며, 두 여자의 해방된 미래가 암시된다. 복잡한 속임수 뒤에 숨겨진 진심이 드러난다.

영화 의미와 평가 

아가씨는 속임수와 욕망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해방을 탐구한다. 숙희와 히데코는 남성의 탐욕과 억압에 맞서 서로를 구원하며, 전통적 권력 구조를 뒤흔든다. 영화는 여성의 연대와 자율성을 강조하며, 에로틱한 장면을 통해 그들의 주체성을 표현한다. 조선과 일본의 혼합된 배경은 식민지 시대의 모순을 반영하고, 화려한 미장센은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박찬욱의 연출은 서스펜스와 감각적 아름다움을 조화시킨다. 김태리와 김민희의 섬세한 연기는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러닝타임 145분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반전을 거듭하며 몰입감을 준다. 일부는 노골적인 장면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나, 이는 의도된 도발로 여성의 욕망을 재해석한다.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로튼 토마토 95% 평점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428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고, 2016년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혔다. 아가씨는 박찬욱의 스타일을 한층 끌어올리며, 장르적 경계를 넘었다.

 

아가씨 스틸컷

감독과 배우 

박찬욱은 아가씨로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이후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3부작이 복수의 비극과 구원을 다뤘다면, 이 작품은 속임수와 사랑을 통해 해방을 그리고, 여성 중심 내러티브로 욕망과 자유를 탐구한다. 그는 대사보다 화려한 영상—붉은 기모노, 대저택의 어두운 복도—으로 감정을 전달하며, 치밀한 구성으로 반전을 쌓는다. 박찬욱의 스타일은 에로티시즘과 서스펜스를 융합하며, 억압된 시대 속 인간의 본성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아가씨는 그의 전작들과 비교해 폭력을 줄이고, 사랑과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태리(숙희)는 거친 소매치기에서 연약한 연인으로 변모하며 깊이를 더한다. 데뷔작임에도 그녀의 눈빛과 미소는 숙희의 속내를 드러낸다. 김민희(히데코)는 우아함과 강인함을 오가며 히데코의 복잡한 내면을 완벽히 표현한다. 하정우(백작)는 교활한 매력으로 속임수의 중심을 잡는다. 세 배우의 조화는 박찬욱의 연출과 어우러져 강렬한 드라마를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