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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북 (Green Book, 2018) - 우정으로 건넌 인종의 경계

by My better life 2025. 3. 30.

편견을 넘어선 도로 위의 우정

그린북은 2018년 개봉한 피터 패럴리 감독의 드라마 영화로, 196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인종차별 속에서 맺어진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다. 비고 모텐슨이 이탈리아계 백인 운전사 토니 발레롱가로, 마허샬라 알리가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로 출연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차별과 편견이 만연한 시대에 음악과 인간적인 교감으로 연결된 여정을 담는다. 패럴리의 유머와 따뜻한 연출은 코미디와 감동을 조화롭게 엮으며, 관객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린북 포스터

그린북 줄거리

그린북은 1962년 뉴욕 브롱크스에서 시작한다.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는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한다. 그는 투박한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흑인에 대한 편견을 숨기지 않는다. 클럽이 문을 닫자, 토니는 생계를 위해 운전기사 일을 찾는다. 한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는 맨해튼 카네기홀 위 고급 아파트에 사는 천재 피아니스트다. 흑인이지만 백인 상류층을 위한 클래식 연주로 유명한 그는, 남부 투어를 앞두고 운전 겸 경호원을 구한다. 토니는 돈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린북’—흑인 여행자를 위한 안전 안내서—을 손에 든다.

 

8주간의 여정이 시작된다. 피츠버그와 오하이오를 지나며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힌다. 토니는 돈의 까다로운 태도에 짜증을 내고, 돈은 토니의 무례함에 인내한다. 공연장 직원이 돈을 차별하자 토니가 항의하며 신뢰가 싹튼다. 남부로 내려가며 인종차별이 드러난다. 인디애나주에서 돈은 공연장 백인 전용 화장실 사용을 거부당하고, 근처 흑인 화장실로 가라는 요구를 받는다. 그는 단호히 거절하고 숙소로 돌아가 화장실을 쓴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백인 전용 식당에서 “손님으로 앉을 수 없다”며 쫓겨난다. 토니는 점차 돈의 고통을 이해한다.

 

여행 중, 돈은 차 뒷자리에서 창밖을 본다. 밭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흑인 농부들과, 세련된 옷을 입고 차에 앉은 자신을 비교하며 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백인 사회에선 이방인이고, 흑인 공동체에서도 동떨어진 존재임을 느낀다. 이 장면은 돈의 고독과 정체성의 갈등을 말없이 보여준다. 토니는 그 모습을 보며 묵묵히 운전한다. 조지아의 술집에서 돈은 백인들에게 폭행당하고, 토니가 구해낸다. 밤길에서 돈은 “난 백인도 흑인도 아닌, 나일 뿐이다”라며 눈물을 삼킨다. 토니는 어색하게나마 그를 위로한다.

 

미시시피에서 경찰이 차를 세우고 돈을 체포하려 하자, 토니가 반발한다. 돈은 로버트 케네디에게 전화해 풀려나고, 토니는 놀란다. 크리스마스 직전, 버밍엄 공연에서 돈은 백인 전용 행사에 초대되지만 식당 입장을 거부당한다. 그는 공연을 포기하고, 토니도 함께 떠난다. 두 사람은 흑인 클럽에서 즉흥 연주를 즐기며 서로의 세계를 받아들인다. 투어 막바지, 눈보라 속에서 토니는 돈을 뉴욕까지 데려다준다.

 

크리스마스 이브, 토니는 가족과 재회한다. 돈은 홀로 집에 돌아오지만, 곧 토니의 집을 찾아온다. 돌로레스(린다 카델리니)는 돈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두 사람은 식탁을 나눈다. 영화는 그들의 우정이 이어짐을 보여주며 끝난다. 엔딩에 토니와 돈이 평생 친구로 지냈다는 자막이 흐른다.

영화 의미와 평가

그린북은 인종차별의 어두운 시대에 우정으로 편견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돈과 토니는 각기 다른 배경에서 출발하지만, 여행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인간적인 유대를 맺는다. 영화는 흑인에 대한 차별과 백인의 무지를 직시하면서도, 유머와 따뜻함으로 희망을 전한다. 돈의 고독과 토니의 변화는 개인의 성장이 사회적 벽을 허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피터 패럴리의 연출은 코미디와 드라마를 조화롭게 엮는다. 긴박한 갈등과 유쾌한 순간이 균형을 이루며, 실화의 무게를 가볍게 풀어낸다. 비고 모텐슨의 투박한 매력과 마허샬라 알리의 품격 있는 연기는 캐릭터의 대비를 그려낸다. 1960년대 미국의 풍경과 재즈 음악은 시대감을 더한다. 

 

영화는 북미에서 8500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 3억 2200만 달러를 벌며 흥행했고, 로튼 토마토 91% 평점을 받았다. 2019년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조연상(마허샬라 알리), 각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린북은 인종과 계층을 넘어선 우정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린북 스틸컷

감독과 배우 

피터 패럴리는 그린북으로 코미디 전문 감독에서 드라마의 깊이를 보여줬다. 덤 앤 더머와 같은 유쾌한 작품과 달리, 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연출하며 새로운 면모를 드러냈다. 패럴리는 유머와 진정성을 조율해, 무거운 주제를 따뜻하게 풀어낸다.

 

비고 모텐슨(토니 발레롱가)은 거친 외면 속 인간적인 변화를 섬세하게 그린다. 살찐 체격과 이탈리아 억양으로 토니의 개성을 살리며, 돈과의 우정을 자연스럽게 쌓는다. 마허샬라 알리(돈 셜리)는 우아함과 고독을 오가는 연기로 돈의 내면을 깊이 표현한다. 두 배우의 케미는 패럴리의 연출과 어우러져 영화의 핵심이 된다.